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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스토리

리얼 군대생활 ' 진짜 사나이' 선착순 얼차려를 보면서

군대에서의 얼차려 짐승같은 경쟁 '선착순'


오늘 아침 늦둥이 아들이 태어났다. 출산휴가를 받고 휴게실에서 텔레비젼 채널을 돌리다 군대생활 체험 프로그램을 다시보기로 보게 되었는데, 알다시피 대한민국 성인 남성이라면 국방의 의무이자 다들  힘들었던 군대라는 추억이 있을 것이며 그 누구보다도 각자 힘들었던 군대생활에 무척 공감 할 것이다.

물론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군대'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선후배간 끈끈한 관계가 맺어지기도 하고 술 마실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이기도 한데, 지금은 예비역, 그 나마 민방위도 제대한 나는  리얼 프로그램인 '진짜사나이'를 보고 있노라니  지나간 옛 시절이 스멀스멀 떠오른다.

그 중에서도 김수로가 '선착순 얼차려'를 받으며 선착순 1등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니 예전 논산훈련소에서의 추억이 떠오른다.  

선착순은 달리기를 잘 해도 괴롭고 못해도 괴로운 얼차려인데, 집중력이나 순발력이 빨라 몇 발자국 먼저 뛰는 애들과 운동신경이 좋아 잘 뛰는 애들이 처음 5명 이내로 들어오게 되고 나머지 인원들은 다시 축구 골대를 돌아와야 한다.

그런데 선착순 얼차려의 재미있는 점은, 방향이 틀린 1등은 되돌아오는데 꼴등이라는 점이다. 그도 그럴것이 처음 선착순 축구골대를 2~3번 돌아오면, 일부러 조교가 갑자기 반대쪽 골대를 가리키며 선착순을 시키기도 하는데 이때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일단 몇바퀴 뛰면 정신이 혼미해지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무조건 방향도 안보고 앞서가는 사람의 뒷통수를 보며 뛰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정말 짐승같은 경쟁 얼차려인 선착순은 냉혹한 현실과 닮아 있다.

그래서 오늘은 지난 나의 20살 초반의 군대생활이 생각나기도 하고 우리 아들도 20년 뒤에는 의무적으로 군대를 가야되고 군대 리얼 프로그램인 '진짜 사나이'가 공감되기도 해서 '선착순 얼차려'에 대해 간단히 포스팅 한다.


얼차려, '선착순'의 짐승같은 경쟁의 추억

나는 25여년 전 12월 21일.. 눈이 많이 내리던 한 겨울에 논산 훈련소에 입소 했는데, 다른 계절은 몰라도 겨울은 훈련병들을 그냥 쉬게 두지 않는다. 

춥다보니 계속 움직이게 하고 유격체조도 체조지만 이동할 때마다 오리걸음으로 다리 힘이 풀려 실실 웃음이 날 정도이며 급기야 철모 밑으로 굵은 땀방울과 하얗게 모락모락 뜨끈한 훈김?이 얼어 붙을 정도였다..

훈련병들이야 하루하루가 힘들고 피곤하고 훈련이 고단해서 그런지 교육중에 서서도 졸거나 집중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고문관들의 실수라도 생기면 모든 훈련병들을 보고 갑자기 이런 거 시킨다.


'함성 5초간 발사!!'  ' ~~~ 으 ~~ 아 아 아~~~'

'이런 목소리가 작다.. 저기 보이는 축구골대까지 선착순 5명! 실시!!

'다다닥 , 후다다닥'

그 순간 앞쪽에 동기들은 생각할 틈도 없이 본능적으로 냅다 달리고 있다. 그것도 빠른 속도로... 

' 어? 야!  어디로 가냐?.. 선착순 몇명이냐?   아~~ 놔..  --;;  ' 

 (조교의 목소리는 뒤에서는 들리지 않거니와 앞에서만 들을 수 있는 아주 작은 목소리인 경우가 많은데, 뒷 쪽에 방심하거나 딴 생각하고 서 있는 사람은 영문도 모르고, 물론 선착순 몇 명인지도 모르고 그냥 뛴다 --;;   그냥...) '


앞사람이 축구 골대로 뛰기 시작하면, 다들 대충 상황을 짐작하고 같이 뛰기 시작하는데, 순식간에 반환점을 돌아 제자리에 1등으로 돌아오는 진정한 달리기 선착순의 강자를 부러워 할 틈도 없이 선착순은 계속된다. 

그렇다고 처음 5등 이내로 들어온 동기들도 마냥 편하지는 않다. 다시 안뛰어도 되는 안도감과 침을 질질 흘리며 다시 몇번이고 뛰고 있는 동기들한테 미안하기도 해서 감정 조절이 좀 힘들긴 하지만...

조교도 가만히 서 있으라고 하지 않고 ' 의리없이(?) 동기들을 제쳐두고 먼저 들어왔다'는 죄명을 붙여 엎드려 뻗쳐를 시켜둔다..

(그래도 엎드려 뻗쳐가 계속 뛰어야 하는 선착순보다 편하기 하다...)

 

'헥헥~~'

보통의 경우 선착순 인원은 5등 이내로 짤리고 나머지는 계속 뛰게 되는데 최악의 경우 5~10번을 뛰어갔다 와야 한다.  다리가 완전히 풀리는 선착순 얼차려는 정신없는 그 와중에도 혼란을 틈타 5바퀴를 돌지않고 4바퀴만 돌고 5명이내라고 요령피우는 애들도 생기긴 한다. 이내 걸리지만.. 

그래도 내 생각에는 경쟁심이나 냉혹한 현실을 이해하기엔 선착순 얼차려가 아주 딱이라고 본다. 

참고로 나는 체력도 강한 편이 아니고 달리기 실력도 중간이라 선착순이 시작되면 심장 터져라 몇 번은 더 뛰어야 선짝순에서 제외되고 엎드려 뻗쳐 기합을 받는다. 

어쩔땐 한 6바퀴 정도 뛰면 기진맥진 정신도 혼미하고 하늘도 노랗다. 간신히 들어오면 숨이 턱까지 차고 가만히 있기도 힘든데 이내 조교가 외친다.

 ' 야~  훈련병들... 다음 훈련장소로 이동한다!!  이동 실시!! ' 

' 으~~ ㅜㅜ 열받네'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 방향이다.

앞서 말한대로 군대생활, 특히 훈련소 생활 중에  '달리기 선착순'은 정말 냉정하고 치사한 피도 눈물도 없는 얼차려다. 누가 도와줄 수도 없고 순전히 경쟁만이 있으므로 감정이 전혀 녹아들지 않아 끔찍한데... 

방향이 틀린 1등은 되돌아오는데 꼴등이다

선착순 얼차려는 특성상 방향이 틀리면 아무리 1등이라도 다시  되돌아오는데는 그만큼 힘들고 꼴등으로 되돌아 올 수밖에 없다.

처음 선착순 축구골대를 3~4번 돌고, 다들 일단 몇바퀴 뛰면 정신이 혼미해지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무조건 방향도 안보고 앞서가는 사람의 뒷통수를 보며 뛰기 마련인데, 이때 갑자기 조교는 얄굳게도 반대쪽 골대를 가리키며 선착순을 시킨다.

이때 정신 바짝 차리지 않고 방향이 틀린데도 무심코 앞서 뛰는 뒷통수만 보고 그냥 뛰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그도 그럴것이 앞에서는 무조건 빨리 선착순을 끝내기 위해 애를 쓰고, 뒤에서는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자기가 잘못된 방향이라는 생각을 하지도 못하고 그냥 뛴다.

비단 앞서가는 사람 뿐만 아니라, 5명안에 선착순안에 못든 많은 훈련병들이 다시 방향이 틀린 골대를 향해 무의식적으로 방향감을 상실하고 그저 앞만보고 달린다. 


이때 상황을 깨닫는다. '아~~ 반대쪽.. '이미 때는 늦었다.


다시말해 선두로 골인 할 자신이 없는 사람의 요령이라면 2인자 그룹에서 뛰면서 조금 늦더라도,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가야 할 곳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빠른 속도라 아니라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방향 감각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렇듯 항상 준비하고 있다면 잘못된 방향이라면 재빨리 수정도 빠를것 아닌가. 열심히 1등으로 잘못된 방향으로 뛰어간다면 제대로 된 방향으로 돌아오는 시간도 길고 또 힘도 빠진다.

그러니 제대로 가고 있는지 가끔은 되돌아 보라 

리얼 프로그램인 '진짜 사나이' 선착순 얼차려 장면처럼 군대 제대 후 20여년이 훨씬 시간이 지났는데도 직장이나 사화에서는 경쟁의 연속이다. 

군대만 제대하면 모든 게 끝날 것만 같지만 직장에 신입사원으로 들어와서는 실로 많은 위기를 겪고, 동기들과 후배들과의 승진 경쟁에서 밀리는 위기를 겪기도 한다.

하지만 20살 어린 군인들과 경쟁에서도 선착순에서는 집중력과 체력을 바탕으로 강한 면모를 보이는 40대 중반의 나이인 영화배우 김수로의 모습에서 느끼는 점이 많다. 

현대 직장인들이 직장 선착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금까지의 각자 자신을 돌아보고 어떤 전략과 마인드가 필요한 지에 대해서 진지하고 고민해 보는 건 어떨까. 

그러니 이번 주말에는 시간을 일부러 내서 잠시 차 한잔 하는 여유를 가지고, 군대시절 얼차려인 '선착순'을 생각해보면서 자기 자신의 중간점검을 해보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