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상사, 나쁜 상사, 이상한 상사
불교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는데 직장 상사와의 인연은 그보다 더 깊은 인연이었을 법하다. 나도 직장생활 하는 동안 수많은 선배들이 나를 스쳐 지나갔고 다양한 직장상사를 경험했는데 매번 부서가 바뀔때나 새로운 부서장이 올 때마다 힘든 건 사실이다.
요즘은 시대가 바뀌어 예전같이 술한잔 하면서 자주 회포를 푸는것도 아니고 창의 아이디어에 업무 성과로만 부서를 평가하다보니 좀 건조해진 것 같고, 퇴근해서 각자 하는 일이 있으므로 상사 모시기는 더 어려워 진 것 같다.
조직은 적자생존의 원칙이 충실한 세계다. 강한자가 이기고 약한자는 패배하는 세계인 것인데 강하지 않으면 존재 자체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그 팀에 리더역시 각자 업무 스타일이 있어서, 직장인이라면 매번 부서장이나 상사가 바뀔때마다 이리저리 매번 맞춰줘야 직장생활이 편한데 이게 직장인의 숙명이다.
자칫 잘못 찍혀 눈밖에 나면 상사가 딴데로 갈때까지 괴로울 수 밖에 없는데 이때 필요한게 줄을 잘 잡을 수 있는 눈치와 직장운(?)이 되겠다.
(이도저도 아닌 우유부단한 소위 이상한 상사는 여기서 언급하기는 어렵다. ^^)
좋은 상사와 나쁜상사 밑에서 일 한다는 것...
조직은 기본적으로 부서장 성격에 따라 업무 스타일도 변한다. 부하들에게 지나치게 물러터져서 이리저리 끌려다닌다거나 너무 인간적인 부서장은 솔찍히 말하자면 부하들에게 인정 받기 어렵다.
'우리 팀장(처장)님은 너무 인간적이야 ㅎㅎㅎ'
'그래서 나는 넘 좋아... 회사가 편해'
나 역시 동료들이 이런 말을 하는 상사 밑에서 일하면 하루가 즐겁고 여유롭다. 하지만 상사들이 알아둬야 할 것은 이런 말이 결코 칭찬이 아니라는 것이다. 칭찬으로 버물려진 뒷담화라는 걸...
나중에 각자 딴 부서로 갈때는 인간적으로 서로 좋은 감정을 가질지는 몰라도 업무 추진이나 마무리는 흐지부지 될 수 밖에 없고 그나마 너무 무르다는 평가만 안들어도 다행이다.
부서장이 우유부단하면 가끔 사고도 잘 터지고 해결도 일사분란하지 못해 우왕좌왕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직원들간에 서열도 안 정해지다 보니 사무실에서는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
반대로 무서운 부서장 밑에서는 하루하루가 힘들고 고되고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마냥 나쁜것만 있지는 않았다. 그런 상사 밑에서 버텨낸 내가 자랑스럽고 또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이겨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요즘도 어려운 일이나 상사와 마찰이 생길때면,
' 그 인간 밑에서도 벼텼는데...' 하면서... 위안을 삼기도 한다.
그리고 당시에는 무서운 상사 밑에서 일할 때에는 오직 분위기 좋은 옆에 부서 직원들이 마냥 부러웠지만, 긍정적인 면도 있긴 했다.
무서운 팀장은 직원들이 싫어해도 단호하게 의견을 자른다거나 관철하는 일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일에 대한 책임은 좀 덜어지는 것과,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직원들간에 끈끈한 동지애가 싹트는 좋은 면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물론 그 당시에도 소위 '정신공황'을 핑계로 사표를 제출하거나 도중 하차한 직원들이 적지 않았는데 정말 염라대왕같이 무서운 상사한테 혼날때는 호통 한마디에 손발이 덜덜 떨리고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멘붕이 올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니 적응도 되고 나름 요령이 생기더라... --;;
어차피 내가 무서운 상사를 이기고 해결될 일은 아무것도 없으므로 아예 마음을 비우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다가서니 마음이 편하더라마는.
무서운 상사보다 친절한 상사가 더 어려운 이유
나는 예전에 기존 기술부서를 떠나 신규사업 부서로 발령을 받아 근무했는데 그 당시 부서장의 평가는 자기 업무 이외에는 한눈 팔지 않고 집중하는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었다.
딱 한마디로 '외강내유 내강외유'
자신이 생각하는 정도의 보고서나 기획서가 올라오지 않으면 우리 밑에 부하 직원들은 밤 12시까지 퇴근도 못하고 1시에나 겨우 집에 들어갈 정도였다.
담배는 일절 하지 않고, 술도 소주나 맥주 한 두잔, 모든 회식은 1차에서 끝냈고 회식자리에서 총무가 사회를 보는 것 조차 싫어했다. 하다못해 부서 야유회 메뉴까지 정한다든지, 3월14일 화이트데이때 여직원 사탕 사는 것 까지 일일이 신경 쓸 정도여서 나는 처음에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 인줄 알았다는... --
큰 소리로 화를 내지는 않아도 아이디어 회의나 워크숍 중에서도 , 부하직원이 생각이 자기와 다르다던지 괘씸하다고 느꼈다면 말을 중간에 자르던지, 아님 나서지 말라는 핀잔이 돌아와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업무능력은 직접지시형이 아닌 프레임만 던져주고는 기다리면서 독촉하는 스타일이어서 갈피를 못잡기 일쑤였고 그렇다고 화를 버럭버럭 내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화가 났는지, 안 났는지 구분도 안되고 대화를 할때는 항상 조용한 목소리로 천천히 말해 의중을 파악하기가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결국은 매서운 업무스타일에 인정도 의리도 없어 부하직원들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던지, 마음을 뜨게 만들어 근무하는 2년동안 직원들 모두가 다 힘들고 어렵다는 평가를 내렸는데, 다른 부서로 가는 날까지 따뜻한 인사 한마디 없이 쌩 떠나버려 차가운 이기주의자라는 소리를 들을 뿐이었다.
결론적으로 나도 직장생활을 20년 가까이 지나고 보니 부서의 리더들은 진정으로 따뜻한 마음은 대부분 없었고, 단지 업무 수행을 위해 부하직원들에게 가짜로 친절함을 보일 뿐이라는 것과 그분들이나 나나 같은 사람이고 월급쟁이였지 결코 인품의 좋고 나쁨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싶다.
하지만 지나친 부하직원의 배려는 결국 둘 다 망친다
이 말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것 같아 미리 말해두는데 부하직원들을 배려하지 말라는 말이 절대 아니다. 위사람이 아랫사람을 좋아하는 건 좋은 일이다.
단지 일정 선을 넘어서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하다는 뜻인데, 공식적인 자리에서 위 사람의 생각을 아랫사람에게 전달했는데도 이핑계 저핑계로 딴지를 건다던지, 지나치게 물러터져 아랫사람에게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리더는 너무 차갑거나 인간적으로 어려운 것도 안 되지만 너무 지나치게 부하직원의 눈치를 본다던지 인간적인 면으로 인정 받으려고 한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도 있다고 본다.
그래도 나를 키워준 건 혹독하고 무서운 상사였다
지금은 퇴직하셨지만 예전에 근무했던 무서운 팀장만 생각하면 지금도 오금이 저린다. 그러나 뒷끝이 없고 차라리 요리하기 편했던 기억이 있고 또 업무적으로도 내가 많은 성장을 이뤘다.
호통치는 것 이면에는 항상 후배들을 배움과 경험을 알려 주었고, 잘못된 공문을 몇 십번 수정하더라도 나는 끊임없이 포기않고 벼텨내었다.
물론 그 당시 팀장은 아랫사람들의 의견을 듣지도 않고 자기중심적에다 너무 엄격한 나머지 부서평가가 매번 좋지 않았다. 부서 분위기도 민주적이지도 않았고 무척 업악되고 독재주의(?)스러웠지만...
반대로 친절한 상사 밑에서 근무할때는 무서운 상사와 똑같이 힘들었는데도 별로 의미를 찾지는 못했고 고마운 기억도 없다.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상사가 어렵다는 것은 처음에는 좋은 것 같았지만, 자기 의견대로 안된다거나 일이 잘 안 풀릴 경우, 은근히 불만을 표출하며 아랫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아랫사람도 당최 감을 못잡아 뭔가 찜찜하고 어려웠고.... 방향제시는 안해주고 무조건 일단 작성부터 해오라는(주제를 한두자로 명확히 정해주지 않은 이런 상사 스타일은 몇일동안 애써 작성해가면 방향이 틀리다고 거절당하기 일쑤였음)
강한 상사 밑에서 유능한 부하가 생긴다
우리 같이 평범한 직장인이 직장생활에서 마누라 말고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자신의 직속 상사일 것이다. 어릴 적이야 부모님 품에서 밥먹고 용돈 받고 학교를 다녔지만 성인이 되고 회사에 들어오면 일단 만나는게 직장 상사들이고 부서의 우두머리들이다.
이들의 업무 습관에 따라 그 사람의 회사생활이 결정적으로 정해지는데 신입사원때의 인연과 업무스타일로 인해 그사람의 직장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
더욱이 직장생활 경험이 없고 처음이라면 더욱 상사와의 인연이 중요하다.
내가 느낀 바로는 차라리 친절한 상사는 적당한 선을 그어, 그 선을 넘지 않는게 좋다. 그리고 미움 받는 것을 각오하더라도 인기얻을려하거나 비위를 맞출려고 굳이 노력할 필요도 없다.
참고로 무섭고 화내는 상사야 아예 먼저 큰소리로 호통도 치고 애기도 한다.
'이정도 선을 너가 넘어? 썅~~' 하면서..
근데 얘기도 안하고 친절한 척 관대한 상사는 어렵다.
이런 상사한테 찍히면 아주 오래가고, 아예 관계 회복도 어렵다고 보면 된다.
이럴 땐 기회 되는대로 얼른 다른부서로 가든지..
의연하게 다음 인사발령때까지 기다리던지 하라. 그리고 너무 맘 터놓고 얘기하지도 말고...
그건 분명 친절한 상사가 당신을 떠보고 있으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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